[프리즘] 미국의 급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했다. 정확하게는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대선 토론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중얼거리는 듯한 발언으로 고령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후 24일 만이다. 바이든 고령 논란과 접전 지역에서 지지율 열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공화당 결집, 민주당의 대선 패배 우려 확산, 바이든의 코로나19 확진, 점증하는 바이든 사퇴 압박으로 이어진 화불단행은 짧은 시간에 바이든 사퇴로 끝났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일을 보면 미국도 참 다이내믹해졌다. 시스템은 늘 미국의 강점이었다. 잘 설계한 시스템은 개인이나 소수의 역량보다 안전하다. 시스템은 사람의 불완전성이 끼칠 부정적 여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한 달여 미국의 급변은 시스템 혼란의 결과이기도 하다. 트럼프 암살 미수는 경호 실패다. 시민들이 먼저 암살 시도를 감지할 정도로 경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의 인지능력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당내에서도 이를 미리 거르지 못한 데 근본적인 회의감이 제기됐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로 바이든 리스크는 사라졌겠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시험대에 있다. 우선 선거까지 104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다급함 속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추대냐 경선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인물 구도가 바뀌면 유리한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진 않지만 급변 상황은 아직 안정 단계가 아니다. 우선 대체 후보의 성향이다.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세 가지 주요 동인인 소속 당, 후보의 성향,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역선택 가운데 후보 성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력한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마저 성향과 정책은 명확하지 않다. 언론도 부랴부랴 경제정책 방향 등 해리스의 성향 파악에 나섰지만 유권자에게 알리기까지 104일은 짧아 보인다. 미국의 안정감은 정치와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에서 나오지만 최근엔 4년마다 급변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로 방향을 돌렸고 바이든은 동맹주의로 회귀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갈 것이다. 둘 사이의 간극은 너무 커 국제관계와 경제, 이민, 복지 등 핵심 정책이 급변할 수 있다. 트럼프가 암살 위기를 넘긴 다음 날 언론엔 “트럼프,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 인하 반대”, “파월 연준 의장 임기 보장” “재무장관에 다이먼 회장 고려”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같은 정책 급변이 속보로 쏟아졌다. 그 다음 날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남부 국경 폐쇄” 등 대외 정책 예고 속보가 쏟아졌다. 이런 정책은 하나하나가 중대한 변화여서 트럼프 집권 가능성만으로도 관련 국가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동맹국 방위비 분담 이야기가 나오자 그동안 버티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상을 언급했다. 유럽연합은 더 다급해서 유럽방위연합 구상을 내놓고 징병제 부활까지 논의하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가 “돌아오면 그(김정은)와 다시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한 터에 북미 정상회담이 또 열릴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에너지 가격 인하로 물가를 잡는 정책에 따른 금리 인하와 이민 문호 축소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할 것이다’, ‘더 왼쪽이다’라는 말이 나오지만 추정일 뿐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금리·재정적자,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이 산적했다. 민주당의 초단기 대선 준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치적 급변은 여기서 끝나고 빨리 정책 제시에 돌입해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미국 급변 기준금리 인하 대통령 후보 트럼프 암살